지난 코드잼, 해커컵 이후로도 출전한 대회는 몇 있었지만 문제 유출 방지규정이나 다른 사정(대회 종료 직후의 귀찮음이라던가), 혹은 딱히 별도의 글로 쓸만한 성과가 아니었다는 이유로 따로 후기를 쓰진 않았다. 그러다보니 시간이 꽤 지나 굳이 각각을 별도의 글로 쪼개기도 애매해졌고, 대회 후기글로 블로그를 도배할 생각도 없어 이번 기회에 한번 몰아서 정리해봤다.

브랜디 코드네임 B

한줄후기: 내가 상금 받았으면 좋은 대회

브랜디(Brandi)라는 의류 스타트업에서 신규 개발자를 채용하기 위해 개최한 대회이다. 상금 액수가 꽤 높은 반면 수상자 수는 적어서 “적당히 하면 30만, 잘하면 100만원 정도는 받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참가했는데 운이 좋았는지 2등상이라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받았다. 가난한 대학원생(?)에게 500만원(세후 478만원)이라는 은혜가 내려져 한동안 풍족하게 살았다.

코로나로 한창 조심할 시기여서 그런지 시상식은 zoom으로 진행됐다.

개발자 채용을 목적으로 연 대회답게 입사혜택1과 기업문화에 대한 소개시간이 있었는데, 듣다보니 꽤 좋은 회사라는 인상을 받았다. (물론 아직 자유의 몸이 되려면 멀었다…ㅠ)

국방 오픈소스 해커톤(군장병 코딩경진대회)

한줄후기: 이왕이면 에어팟 받고싶었는데 vs 그래도 3등이 어디야

국방오픈소스아카데미에서 진행하는 해커톤 선발과정의 하나로 개최된 대회이다. 개발경험이 적다보니 해커톤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고, 오히려 이 코딩경진대회를 메인으로 생각해 참가했다. 해커톤 프로젝트가 주가 되는 행사여서 그런지 코딩대회 수상자는 “1등 갤럭시탭 A 8.0, 2등 에어팟2, 3등 DJI드론” 이렇게 3명으로 한정됐다.

총 5문제 중 4개를 해결하기까지 25분이 채 걸리지 않아 “못해도 에어팟은 받겠다”라고 생각했지만 마지막 문제에서 아이디어가 막히는 바람에 휴리스틱으로 추하게 긁었고(…) 최종 등수는 3등에 그쳤다. 부상으로는 DJI 텔로 드론을 받았는데 여기에선 날릴 수가 없어 본가에 봉인해둔 상태이다.

암호분석경진대회 & 부채널분석경진대회

한줄후기: 버스 승차감 안락합니다^^

SEC연구소에서 주최하는 암호분야 문제풀이 대회이다. 비슷한 대회로 국가정보원에서 주최하는 암호공모전이 있었는데 여기는 올해부터 문제풀이 분야가 사라지고 논문제출 분야만 진행되면서 이번엔 참가하지 못했다. 학과 동기들과 같이 3인 팀을 이뤄 나갔고, 우수한 팀원들이 운전하는 버스 좌석에 앉아(?) 수상의 영광을 누릴 수 있었다.

p.s. 문제가 일부 겹친 김에 부채널분석경진대회도 같이 나갔다.

사이버공격방어대회(CCE)

한줄후기: 예선에서 선방했지만 본선에서 망함(…)

국가정보원에서 주최하는 문제풀이 형식의 CTF 대회이다. 민간부문과 공공부문으로 나뉘어 진행한다는 점이 특징이며, 부서 사람들과 같이 팀을 이뤄 공공부문으로 참가했다. 규정상 최대 4인까지 허용됐지만 사람이 부족해 3인팀으로 진행했다.

예선에서 공공분야 4등이라는 괜찮은 성적과 함께 본선에 진출했다. 분야별 3등까지 수상할 수 있어 “본선 당일 컨디션이 좋다면 기대해 볼 만 하다”라고 생각했지만 본선에서 익숙하지 않은 유형들을 만나 10등 밖으로 밀려났다.. PS와는 다르게 CTF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는 걸 느꼈다.

삼성 대학생 프로그래밍 경진대회(SCPC)

한줄후기: 난이도 밸런스 실화?

대학원생도 참가 가능한 자비로운 삼성의 알고리즘 문제풀이 대회이다. 작년에는 대학원생이 아니라고 못 나갔기에2 학부 이후 3년만에 다시 참가한 SCPC였다.

무난하게(?) 본선에 진출하고 문제를 열었는데 난이도가 심상치 않았다. 1번을 풀고 2번은 미심쩍은 마음과 함께 $O(NM)$을 제출했지만 역시나(…) subtask 2까지만을 통과했다. 3번은 생각이 안 났고, 왠지 뚫릴거같은 기하문제인 4번에 집중하기로 했다. 4번문제 제출이 20회를 넘긴 시점에서 2번을 마저 풀어봤자 패널티로 수상은 불가능할 것 같아 계속 4번에 집착했고, 그렇게 4번을 어떻게든 뚫어보려 애쓰다 대회를 종료했다.

대회가 끝난 후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들어보니 나처럼 1번 해결 + 2번 긁기 후 4번을 잡은 사람들이 많았던 모양이다. 최종 결과가 발표되고 예상과는 달리 2번 긁기를 빠르게 했으면 5등상, 2번을 마저 해결했으면 4등상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이럴거면 괜히 4번을 잡았나라는 아쉬운 마음과 함께 밸런스패치에 대한 원망도 있었지만 나중을 위한 액땜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여담으로 이번 SCPC 본선은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전통적으로 주던 대형 에코백, 티셔츠, 키보드와 함께 촬영을 위한 삼각대가 택배로 왔고, 이를 이용해 내 모습 + 노트북 화면을 화상회의로 전송했다. 대회는 숙소에서 진행했는데, 중간에 갑작스럽게 정전안내가 나와 주최측에 사정을 설명하고 스마트폰 테더링을 이용해 재접속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1. 기본 연봉상승 1000만원과 함께 사이닝 보너스 1000만원, 스톡옵션 1000만원 

  2. 2019년 9월 입학이어서 대회가 진행되는 여름방학 당시엔 대학원생이 아니었다